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요인은 무엇인가. 치료 기술의 발전, 조기 진단 확대, 표적 치료의 정밀화 등이 자주 언급되지만, 최근 장기 연구들은 의외의 요인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바로 저강도 운동이다. 그동안 ‘암 환자는 무리한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으나, 새로운 연구들은 저강도 신체 활동이 생존 기간과 재발 위험에 의미 있는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한다. 의료계는 이러한 결과를 단순 생활습관 연구가 아닌, 암 치료의 일부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목받는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적은 양의 움직임이라도 지속되면 생존율 향상과 연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루 20~30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 가정에서 가능한 저강도 스트레칭이나 근지구력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체력 저하·근육 소실·만성 피로를 겪기 쉬운데, 이러한 활동이 오히려 회복을 촉진하고 전신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암치료 중 저강도 운동을 병행한 환자는 동일 단계의 비운동군에 비해 염증성 바이오마커가 더 낮았고, 근감소 진행 속도가 완만했다는 보고도 있다.
저강도 운동이 암 생존율과 연결되는 메커니즘은 다층적이다. 첫째, 혈액 순환이 개선되면서 항암제·면역치료제가 전신에 더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둘째, 저강도 활동은 스트레스 호르몬 균형을 회복시키고 불안·우울 등 심리 스트레스를 완화하여 면역 기능을 안정화한다. 셋째, 근육량 유지가 가능해지면서 기초 체력과 항암 내성이 높아지고, 치료 중 중단 위험이 감소한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 컨디션 세팅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국내 암센터 종양내과 LL교수는 인터뷰에서 “저강도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놀라운 점은 ‘운동을 체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강도 운동은 환자의 에너지 저장량을 크게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면역 활성과 감정 안정에 중요한 자극을 제공한다”며, “특히 항암 치료 중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생활 전반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 자체보다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치료 내성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에는 운동이 종양 미세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실험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저강도 운동이 종양 주변의 혈관 구조를 안정화하고, 면역세포 침투율을 높여 항암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이는 운동이 단순한 신체 기능 유지 차원을 넘어, 암 치료 반응성을 높이는 생물학적 변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운동 강도와 상관없이 ‘지속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운동재활 전문가 MM연구원은 “암 환자의 운동은 강도가 높아질수록 좋다는 방식이 아니라, ‘부담이 없을 만큼 가볍고, 매일 이어갈 수 있을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치료 중 체력 변동이 심해 운동 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조절 가능한 저강도 운동이 현실적이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저강도 운동은 낙상·근육 손상 위험이 낮아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저강도 운동의 긍정적 변화는 심리적 영역에서도 감지된다. 암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료 순응도를 낮출 수 있는데, 연구에서는 저강도 운동이 스트레스 호르몬 변동을 완화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특히 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6주 이상 지속한 환자들은 우울·불안 지표가 일반 치료군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피로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운동이 정신·신체 회복을 동시에 촉진하는 복합적 개입임을 보여준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강도 운동의 효과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암의 종류, 병기, 치료 방식, 체력 수준에 따라 운동이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무분별한 운동은 오히려 컨디션 악화나 면역 저하로 이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평가와 맞춤형 처방이 필수적이다. 또한 항암치료 직후 고열·감염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운동보다 휴식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향후 연구는 운동 강도 대비 생존율 변화의 정량적 분석, 종양 미세환경 변화의 구체적 기전, 면역 반응과의 상호작용 규명 등 보다 정밀한 분야로 확장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저강도 운동이 암 치료에서 보조적 요소가 아닌 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환자의 체력과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저강도 운동은 치료 계획의 처음 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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