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영상 통화는 업무와 사적 관계 모두에서 기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상 통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불편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요인은 ‘몸 컨디션 부담’이다.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조건이 소통의 편의성을 상쇄하며, 정서적 피로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상 통화 거부감의 핵심은 노출의 강도에 있다. 음성 통화나 메시지는 상대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영상 통화는 표정·자세·피로감까지 동시에 노출된다. 이때 사용자는 단순히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지는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를 소통의 다층화로 설명하며, 한 번의 통화에 요구되는 에너지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몸 컨디션 부담은 외모 관리 차원을 넘어 신체 상태 전반과 연결된다. 피곤함, 컨디션 저하, 감정 기복은 얼굴과 태도로 쉽게 드러난다. 영상 통화에서는 이를 숨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사용자는 통화 전부터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준비가 필요한 이벤트로 전환되고, 즉각성은 사라진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자기 감시 강화 현상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동시에 노출되면서, 사용자는 상대의 반응뿐 아니라 자신의 표정과 자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게 된다. 이는 이중 주의 상태를 유발하며, 인지 자원을 빠르게 소모시킨다. 결과적으로 통화 시간은 짧아지고, 통화 이후 피로감은 커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업무 환경에서 이 부담은 더욱 두드러진다. 화상 회의는 업무 내용뿐 아니라 집중도와 태도를 동시에 평가받는 자리로 인식되기 쉽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도 일정한 표정과 반응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은 감정 노동을 강화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잦은 영상 회의 참여자가 음성 회의 중심 집단보다 소진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사적 관계에서도 영상 통화 거부감은 확산되고 있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꾸밈없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역설이 작동한다. 상대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몸 컨디션 부담으로 전환되며, 결국 통화를 미루거나 메시지로 대체하는 선택이 늘어난다. 이는 관계 회피라기보다, 보여지는 상태에 대한 부담 회피로 해석된다.

특히 영상 통화가 ‘항상 가능한 상태’로 인식되면서 부담은 상시화된다. 즉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연결되지 않을 경우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때 몸 상태는 거절 사유로 자주 활용되며, 동시에 죄책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부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연결 가능성이 전제가 된 문화에서 증폭된다.

연령대와 직군을 불문하고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 세대에서는 자기 노출 피로로, 중장년층에서는 체력·집중력 부담으로 영상 통화를 회피하는 양상이 관찰된다. 이는 개인 성향 차이라기보다, 신체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영상 통화 거부감을 소통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소통을 줄이려는 태도가 아니라, 소통 방식에 따른 에너지 비용을 관리하려는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음성 통화나 메시지로의 전환은 소통 빈도를 유지하면서도 부담을 낮추는 대안으로 기능한다.

이에 따라 일부 조직과 플랫폼에서는 카메라 선택권을 명확히 하거나, 음성 중심 회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출 강도를 조절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보이는 것이 곧 성실함이라는 전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상 통화는 분명 강력한 소통 도구이지만, 모든 상황에 최적의 방식은 아니다. 몸 컨디션 부담은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과도한 노출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환경의 결과에 가깝다. 보여지는 상태가 아니라 전달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때, 소통은 지속 가능해진다. 영상 통화 거부감 증가는 연결을 거부하는 신호가 아니라, 연결 방식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신호로 읽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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