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폐플라스틱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대안으로, 도로 포장의 주원료인 아스팔트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섞어 활용하는 ‘플라스틱 도로(Plastic Road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아스팔트 포장에 비해 내구성이 높고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유럽과 인도를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타이어 마모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비산과 열 변형에 따른 유해 가스 배출 가능성 등 환경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도로가 ‘자원 순환의 혁명’이 될지, 아니면 ‘오염의 재배치’가 될지를 판가름할 엄밀한 전생애주기평가(LCA)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플라스틱 도로가 물리적 강도를 확보하는 핵심 기전은 ‘고분자 개질 아스팔트(Polymer Modified Bitumen)’의 원리에 있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수어 아스팔트 혼합물에 첨가하면, 플라스틱 성분이 바인더(접착제) 역할을 강화하여 도로의 점성과 탄성을 높인다. 이는 뜨거운 여름철 도로가 녹아내리는 ‘소성 변형’을 방지하고, 겨울철 추위로 인해 도로가 갈라지는 ‘저온 균열’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 결과적으로 일반 도로보다 수명이 최대 3배 이상 길어지고 포트홀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아스팔트 제조 공정의 일부를 폐기물로 대체함으로써 석유 정제 생산물인 비튜멘(Bitumen)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한다.
혁신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환경 공학적 관점의 우려는 깊다. 환경 보건학 전문의 박준서 교수는 인터뷰에서 “도로는 연중 가혹한 기상 조건과 차량의 하중에 노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혼합물이 미세하게 마모되어 지하수로 흘러들거나 대기 중으로 비산될 위험이 크다”라며 “특히 화재 발생 시나 고온 노출 시 플라스틱이 열분해되면서 다이옥신 등 유해 화학 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독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는 도로 주변 생태계와 거주민의 건강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의 확산보다 ‘안전 가이드라인’ 수립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자원순환 정책학자 한예슬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순환 경제 인센티브제와 도로 성분 표시제의 도입”을 조언했다. 한 박사는 “폐플라스틱 도로가 단순히 폐기물 처리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재활용 원료의 함량과 종류에 따른 품질 표준을 국가 차원에서 정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플라스틱 도로 시공 시 탄소 배출권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시장 유인책을 마련하되,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 도로를 다시 걷어냈을 때 이를 100% 재재활용할 수 있는 공법(Close-loop)을 의무화하여 ‘쓰레기의 매립’이 아닌 ‘진정한 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녀는 도로 마모 입자를 포집하는 배수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플라스틱 도로는 인류가 남긴 거대한 쓰레기 산을 문명의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고육지책이자 지혜로운 시도다. 버려진 비닐봉지와 페트병이 우리가 달리는 길의 기초가 된다는 발상은 자원 순환의 이상적인 모델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염이 우리 식탁과 호흡기를 위협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오염의 은폐에 가깝다. 우리는 플라스틱 도로라는 매력적인 선택지 앞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 매몰되지 않도록 냉철한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맞춤형 플라스틱 선별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모든 플라스틱이 도로 포장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염화비닐(PVC)처럼 열에 취약하고 유독 성분을 내뿜는 물질을 사전에 완벽히 걸러내는 공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나노 기술을 접목하여 마모 입자의 결합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질 때 플라스틱 도로는 비로소 환경 파괴의 주범에서 지구를 구하는 ‘녹색 혈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도로의 혁신은 인류가 환경 오염과 맞서 싸우는 새로운 전선이다. 우리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환영하되, 그 과정이 또 다른 형태의 환경 부채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철저한 과학적 검증과 윤리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닦인 길 위에서만, 인류는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 위에 세워진 길이 단단한 정의와 안전 위에서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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