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갑자기 주변이 어질어질하거나 바닥이 살짝 기울어지는 듯한 이질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장 쓰러질 정도의 심각한 어지럼증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반복되는 가벼운 어지럼은 일상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키운다.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아, 증상을 방치하거나 스스로 예민함 탓으로 돌리기 쉽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반복성 어지럼증이 신체의 균형 조절 시스템 전반에 미세한 이상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의 평형 감각은 시각 정보, 근육과 관절에서 전달되는 체성 감각, 그리고 귀 안쪽의 전정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유지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기능이 흐트러지면 뇌는 공간 인식에 혼란을 느끼고, 이를 위험 상황으로 해석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특히 전정기관은 몸의 회전과 기울기를 감지하는 핵심 센서로, 이곳에서 발생한 작은 오류도 뇌에는 크게 증폭된 신호로 전달된다. 반복되는 가벼운 어지럼증은 바로 이 미세한 불균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히 거론되는 원인 중 하나는 전정 신경 기능 저하와 이석증의 초기 변화다. 귓속 깊은 곳에는 세반고리관과 이석 기관이 위치해 있으며, 이는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 방향을 감지한다. 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이 부위의 미세 혈류가 감소하고 신경 전달이 둔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뇌로 전달되는 평형 신호에 잡음이 섞이며, 고개를 돌리거나 자세를 바꿀 때 순간적으로 핑 도는 느낌이 나타난다. 이러한 어지럼은 단순한 빈혈이나 저혈당과는 다른 성격의 감각 오류다.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원인은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증이다. 이는 급성 어지럼증이나 전정 이상이 일단락된 뒤에도, 뇌가 불안 기억을 지운 채 정상 상태로 복귀하지 못한 경우에 발생한다. 구조적 병변은 없지만, 뇌는 여전히 균형을 잃을 것이라는 경계 상태를 유지한다. 복잡한 무늬의 바닥, 대형 마트 진열대, 사람 많은 공간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이며, 화면을 오래 응시할 때도 어지럼이 악화된다. 시각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한 뇌가 평형 감각을 왜곡한 결과다.
여기에 자율신경 불균형이 겹치면 어지럼증은 더욱 빈번해진다. 자율신경은 혈압과 심박, 혈류 분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조절 기능이 불안정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줄거나 출렁이며,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비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는 흔히 ‘핑 도는 느낌’ 혹은 ‘현기증과는 다른 어질함’으로 표현된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사람에게서 이런 유형의 증상이 자주 관찰된다.
이비인후과 진료 현장에서는 어지럼증을 하나의 증상 결과로 해석한다. 반복되는 가벼운 어지럼은 뇌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균형을 재조정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본다.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에만 의존할 경우, 근본적인 균형 조절 능력은 회복되지 않은 채 불안과 회피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활동 범위가 줄고, 다시 어지럼에 대한 공포가 증상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전정 재활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핵심 접근법으로 꼽힌다. 눈의 움직임과 머리 회전을 단계적으로 훈련해 뇌가 잘못된 평형 신호를 재해석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라도 반복하면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어 균형 감각이 점차 안정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전정 재활을 통해 만성 어지럼 증상이 의미 있게 호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신적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불안과 어지럼증은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다. 심리적 긴장은 자율신경을 자극해 귀 주변 혈관을 수축시키고, 이는 다시 어지럼을 유발한다. 어지럼이 반복되면 환자는 자신의 몸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작은 감각 변화에도 과도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며, 자율신경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
따라서 이유 없는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증상을 참거나 회피하기보다, 몸의 균형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규칙적인 생활 리듬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기본 조건이다. 여기에 가벼운 신체 활동과 전정 재활 훈련을 병행하면 뇌의 적응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정교한 경고 신호다.
가벼운 어지럼이 반복될수록 몸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방치하면 일상은 점점 위축되고, 움직임 자체가 불안의 대상이 된다. 지금 느끼는 핑 도는 불쾌감은 사라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조정이 필요한 신호다. 전정기관과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할 때, 뇌는 다시 안정된 지면을 인식하고 일상 속 중심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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