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지만, 불은 꺼지지 않는다.
병원, 공장, 물류센터, 방송국, 편의점, 콜센터, 보안실, 항만과 공항까지.
도시는 24시간 돌아간다. 그 뒤에는 밤을 낮처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이들은 말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러나 의학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익숙해진 것은 생활 패턴일 뿐, 몸은 끝까지 ‘밤’에 적응하지 못한다.

야근과 교대근무의 핵심 문제는 ‘리듬의 붕괴’다.
인간의 몸은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로 움직인다. 해가 뜨면 각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어둠이 내리면 수면 호르몬이 늘어난다. 심장 박동, 체온, 소화, 호르몬, 면역까지 이 리듬에 맞춰 조율된다. 그런데 밤에 일하고 낮에 자야 하는 일정이 반복되면, 이 정교한 시스템이 흔들린다.

첫째, 수면의 질이 무너진다.
낮잠은 밤잠과 같지 않다. 햇빛, 생활 소음, 가족의 움직임, 스마트폰 알림이 수면을 계속 깨운다. 깊은 수면 단계로 충분히 내려가지 못해, 7시간을 누워 있어도 4~5시간 잔 것처럼 피로가 남는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사고 위험 증가로 연결된다. 교대근무자가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통계는 이 현실을 보여준다.

둘째, 대사 시스템이 흔들린다.
밤에 먹는 음식은 낮보다 혈당을 더 급격히 올린다. 소화 효소 활동과 인슐린 민감도가 밤에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야근이 잦은 사람에게 체중 증가, 복부 비만, 지방간,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곤을 달래기 위해 단 음료와 고칼로리 간식을 자주 찾게 되면서 악순환은 더 깊어진다.

셋째, 심혈관 부담이 쌓인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겹치면 혈압과 심박수가 불안정해진다. 염증 신호가 올라가면서 혈관이 점차 딱딱해진다. 교대근무자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보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심장은 밤에 쉬도록 설계돼 있다. 쉬지 못하는 밤이 반복될수록, 보이지 않는 피로가 심장을 따라다닌다.

넷째, 정신건강이 흔들린다.
낮과 밤이 바뀌면 사회적 리듬도 깨진다. 가족과 식사를 함께하기 어렵고, 친구와의 약속은 줄어들며, 혼자만 다른 시간대에 사는 느낌이 든다. 외로움은 우울감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이 길어지면서 자책과 걱정이 커진다. 어떤 사람들은 술이나 수면제에 의지하게 된다.

다섯째, 장기적인 질병 위험이다.
연구들은 교대근무가 일부 암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억제되면 세포의 손상 복구 기능이 약해지고, 염증이 지속되면서 면역 조절이 흐트러진다. 야근이 모든 암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지만, 몸이 원래의 리듬을 잃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가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그만두는 것”만이 답일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생계와 책임 때문에 교대근무를 선택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피할 수 없다면, 손해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능한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교대가 잦게 바뀌는 것보다, 일정한 순서(주간→저녁→야간)로 천천히 회전하는 스케줄이 덜 부담된다. 쉬는 날에도 취침·기상 시간을 크게 흔들지 않는 편이 좋다.

둘째, 낮잠은 짧게, 규칙적으로.
야간 근무 전 20~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도움이 되지만, 길게 자면 오히려 밤에 더 졸리다. 귀마개와 암막커튼으로 낮 환경을 최대한 ‘밤’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빛을 이용한다.
근무 중 밝은 빛을 쬐면 각성이 유지되고, 퇴근길에는 선글라스를 써서 아침 햇빛을 줄인다. 집에서는 조명을 낮추고, 잠들기 전 화면 사용을 최소화한다. 빛은 생체시계의 스위치다.

넷째, 식사를 정리한다.
야간에 무거운 식사 대신 소량의 단백질과 채소 중심 간식을 선택한다. 카페인과 에너지 음료는 근무 초반에만 사용하고, 근무 종료 6시간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물을 규칙적으로 마신다.

다섯째, 운동은 ‘과격함’보다 ‘지속’이다.
퇴근 직후 격한 운동은 오히려 심장을 자극한다. 주 3~4회, 낮 시간에 걷기·가벼운 근력 운동이 적당하다. 몸이 지친 날에는 스트레칭만으로 충분하다.

여섯째, 정기 검진을 미루지 않는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중 변화, 수면 문제를 꾸준히 체크한다. 이유 없는 피로, 심한 졸림, 코골이, 가슴 두근거림은 반드시 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버티고 있으니 괜찮다”는 자기 위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버틴다는 말은 강해 보이지만, 몸 입장에서는 요청을 무시당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병원을 찾고, 상담을 받고, 스케줄 조정을 요청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책임이다. 조직 역시 야간 근무자를 ‘대체 가능한 인력’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노동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야근과 교대근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24시간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생긴 필수 노동이다. 그렇다면 그 대가 역시 개인에게만 지워져서는 안 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와 문화,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될 때, 밤을 지키는 사람들이 덜 아프고 덜 외로울 수 있다.

밤을 낮처럼 살아가는 삶은, 언젠가 몸 어딘가에 기록을 남긴다.
그 기록이 상처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흔적이 되도록 —
지금의 리듬을 점검하고, 무리 없는 속도로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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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픽사베이
  • 편집인 : 김민주,minjoo.kim@minjoopila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