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어려움을 겪고도 어떤 사람은 금세 일상을 회복한다. 반면 누군가는 오랫동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를 두고 흔히 ‘마음이 강하다’거나 ‘성격 차이’로 설명하지만, 장기 추적 연구는 다른 답을 제시한다. 회복 탄력성을 가르는 요인은 기질보다 ‘일상 구조’에 가깝다는 것이다.

연구들은 공통된 패턴을 보여 준다. 하루의 기본 리듬이 일정한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기상·식사·수면·가벼운 활동이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가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했다. 반대로 수면 시간이 뒤죽박죽이고, 식사가 불규칙하며, 휴식과 과로가 극단적으로 오가는 집단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크게 흔들렸다. 몸의 리듬이 깨질수록 감정의 파동도 커졌다.

회복 탄력성의 또 다른 축은 ‘의미가 있는 루틴’이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지만,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활동이 포함될 때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짧은 산책, 간단한 정리, 일기 기록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통제감을 회복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통제감 상실에서 시작되고, 루틴은 그 통제감을 서서히 되돌려 준다.

사회적 연결 역시 중요하다. 매일 안부를 나누는 사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집단은 회복 기간이 짧았다. 반대로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집단은 문제를 늦게 공유했고, 그만큼 늦게 도움을 받았다. 일상 속 대화와 지지가 충격을 분산시키는 ‘완충 장치’로 작동했다.

신체 활동도 회복의 속도를 바꾸는 변수다. 고강도 운동이 아니어도, 규칙적인 걷기와 가벼운 스트레칭이 꾸준한 집단은 수면 질이 좋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빠르게 안정됐다. 반면 활동량이 극단적으로 적거나, 불규칙한 폭발적 운동에 의존하는 집단은 피로가 누적돼 회복이 늦어졌다. 움직임의 규칙성이 몸과 마음의 안정성을 동시에 지지했다.

정보 환경 역시 회복을 좌우한다. 불안한 시기일수록 뉴스와 SNS에 과도하게 노출된 집단은 걱정이 증폭됐고, 문제 해결보다 비교와 걱정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반면 정보 섭취 시간을 제한하고, 필요한 정보만 선별한 집단은 상황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일상 구조 속의 ‘정보 차단 구간’이 회복을 돕는 셈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회복 탄력성을 타고난 성향으로만 보지 말 것을 제안한다. 일상의 구조는 설계할 수 있고, 작은 조정으로도 변화가 가능하다. 일정한 수면 시간, 규칙적인 식사, 짧은 산책, 대화의 시간, 정보 제한 같은 요소가 모여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켜 준다.

물론 일상 구조만으로 모든 충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큰 상실과 트라우마에는 전문적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가 갖춰진 사람일수록 도움을 더 빨리 요청하고, 회복 과정에 꾸준히 참여했다. 구조가 회복의 ‘길’을 만들어 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의지를 키워라”는 막연한 조언 대신, “일상을 설계하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리듬이 안전을 만들고, 안전이 회복을 이끈다.

결국 장기 연구가 보여 준 메시지는 단순하다. 회복의 차이는 의지의 세기보다 일상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오늘 만들어 둔 작은 루틴이, 내일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파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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