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이 건강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실제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변 미생물 이식’이라고 불리는 치료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특정 장 감염이 반복되는 환자에서는 의료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변 미생물 이식은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에서 얻은 미생물 성분을 환자의 장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대변 자체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증자를 선별하고 검체를 처리해 사용한다.
이 치료가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이다. 이 세균은 장에서 심한 설사와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항생제를 사용한 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항생제는 감염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이지만 동시에 장에 살던 여러 미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면 평소 다른 미생물과 경쟁하던 특정 세균이 증가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디피실 감염은 치료 후 다시 발생하기도 한다. 재발을 반복하는 일부 환자에서는 항생제 치료만 계속하는 것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대변 미생물 이식은 이때 다양한 장내 미생물을 다시 공급해 기존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유산균을 넣는 것과 달리 복잡한 미생물 공동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스와 차이가 있다.
새롭게 들어온 미생물들은 장 안에서 공간과 영양분을 이용하면서 기존 미생물과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변화가 디피실균이 과도하게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다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된다.
치료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의료 환경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대장내시경을 이용하거나 장관을 통해 투여하는 방식 등이 사용될 수 있으며 미생물 기반 치료제가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증자를 아무나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모르는 감염성 질환이나 특정 미생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증자는 건강 상태와 병력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거쳐 선별된다. 대변 검체 역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장내 미생물과 함께 원하지 않는 병원체까지 전달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내성균이 전달될 위험 역시 중요한 안전 문제로 다뤄진다.
대변 미생물 이식이 장내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만이나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등 여러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과 관련성이 발견됐다는 것과 실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미생물을 옮기면 질환이 치료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마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받으면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체중은 식사와 활동량, 유전적 요인, 수면, 약물, 대사 상태 등 수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을 통해 기증자를 구하거나 집에서 직접 시도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치료와 달리 감염성 병원체나 내성균 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고 처리와 보관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가족의 대변이라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함께 생활하는 건강한 가족이라도 증상이 없는 감염이나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의료적인 선별 과정을 대신할 수 없다.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대변 미생물 이식도 구분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특정 균주를 정해진 양으로 섭취하는 방식인 반면 대변 미생물 이식은 훨씬 복잡한 미생물 공동체를 다룬다.
치료 후 장내 미생물이 정확히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단순하지 않다. 기증자의 미생물이 모두 그대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미생물과 새롭게 들어온 미생물이 함께 변화하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식사와 약물, 나이, 질환 등도 치료 이후 장내 환경에 계속 영향을 준다. 한 번 미생물을 옮겼다고 장내 생태계가 평생 같은 상태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변 미생물 이식은 ‘좋은 균을 많이 넣으면 건강해진다’는 단순한 개념에서 나온 치료가 아니다. 특정 감염에서 무너진 장내 생태계를 다시 회복시키려는 의료적 접근에 가깝다.
장내 미생물 연구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미생물 자체를 이용한 치료법은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러 미생물을 통째로 전달하는 방식뿐 아니라 특정 미생물 조합이나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을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치료가 모든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만능 치료법은 아니다. 현재 어떤 상황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됐는지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변 미생물 이식은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소화를 돕는 존재를 넘어 실제 치료의 대상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살아 있는 미생물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치료인 만큼 철저한 기증자 선별과 감염 관리, 의료진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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