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졸리고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나이가 들어 잠이 줄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밤중에 자주 깨거나 낮에 꾸벅꾸벅 조는 일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노화에 따라 잠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과 필요한 수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다르다. 충분히 자지 못해 낮의 생활이 힘들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아야 한다.

노년기에는 잠들고 깨는 시간이 이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잠이 얕아지거나 중간에 깨는 일이 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며, 매일 피곤하게 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수면을 평가할 때는 몇 시에 눈을 떴는지뿐 아니라 언제 잠들었고 실제로 얼마나 잤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찍 잠들어 필요한 수면을 취한 뒤 새벽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과, 늦게 잠들었는데 원치 않게 일찍 깨는 상황은 다르다. 잠에서 깬 뒤 개운하고 낮의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보다 기상 시간이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불면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자신의 수면 기회와 생활 리듬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반면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하고, 그 때문에 낮에 피곤하거나 집중이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면 상담이 필요하다. 잠자리에 머문 시간이 길다고 실제 수면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밤에 못 잔 시간을 만회하려고 지나치게 일찍 눕거나 늦게까지 누워 있으면 수면과 깨어 있는 시간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일정 기간 수면일지를 쓰면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운 시각과 잠든 것으로 느끼는 시각, 밤중에 깬 횟수와 최종 기상 시각을 간단히 적을 수 있다. 낮잠과 카페인, 술, 운동도 함께 기록하면 관련성을 살피기 쉽다. 다만 잠을 정확히 재려고 시계를 계속 확인하거나 매일 점수를 매기며 걱정을 키울 필요는 없다.

수면을 방해하는 신체 문제도 살펴야 한다. 통증과 호흡 불편, 다리의 불쾌한 느낌, 복용약의 영향 등이 관련될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하고 자는 중 숨이 멎는 모습이 있거나 낮에 심하게 졸리다면 수면무호흡증 등의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잠이 얕다는 설명만으로 서로 다른 원인을 한데 묶어서는 안 된다.

은퇴나 활동 감소로 하루 일정이 느슨해지면서 잠의 리듬이 달라지기도 한다. 낮에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거나 늦은 오후에 오래 자면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 동안 빛을 접하며 활동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다만 질환과 이동 능력에 맞춰 무리 없이 계획해야 한다.

낮잠이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짧은 휴식이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길고 늦은 낮잠 뒤 밤에 잠들기 어렵다면 시간과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밤의 수면이 충분해 보이는데도 낮에 계속 잠든다면 단순히 낮잠 습관의 문제로 보지 않아야 한다. 약물이나 수면질환 등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이유로 취침 전에 이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졸린 느낌이 생기는 것과 밤새 안정적으로 자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늦은 시간의 카페인과 과식, 침실의 소음과 온도도 살펴볼 수 있다. 한 가지 습관을 완벽히 지키는 데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아 조정하는 편이 좋다.

지속적인 불면에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잠에 대한 걱정과 수면 습관을 함께 다루는 방법이다. 수면제의 사용 여부는 증상과 기저질환, 다른 약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노년기에는 졸림과 낙상 등 부작용도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의 약이나 약국 수면유도제를 임의로 반복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수면 관련 약을 복용 중이라면 효과가 줄었다고 용량을 늘리거나 갑자기 끊지 말고 상담해야 한다. 새롭게 심한 혼란이 생기거나 깨우기 어렵고 호흡이 이상하다면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 나이에 따른 잠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불편함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밤의 수면과 낮의 기능을 함께 살펴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건강한 노화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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